에미라티 작가 하셸 알 람키, 알아인에서 구겐하임까지의 여정
💡 기회포인트
UAE 현대미술 시장에 관심 있는 한국 컬렉터라면 아트 두바이를 통해 에미라티 작가들의 작품 세계를 직접 접할 수 있다. 알 람키가 한국 등 아시아 지역과 활발히 교류하고 있어 향후 한국 기관과의 협업 가능성도 열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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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치원 그림에서 시작된 예술 인생
하셸 알 람키의 예술 여정은 유치원 시절 선생님의 한마디에서 시작됐다. "넌 이걸 잘하는구나"라는 단순한 칭찬이었지만, 그는 이 순간을 잊지 않았다. 알아인의 공공주택에서 자란 그에게 당시 UAE에는 예술가가 될 수 있는 제도적 경로가 거의 없었다. 학교 미술 수업은 주 1회뿐이었고, 6학년이 되자 아예 사라졌다.
알 람키는 아버지에게 개인 미술 교사를 요청했다. 수학이나 과학 과외가 일반적이던 가정에서 이례적인 부탁이었지만, 부모는 고등학교 졸업까지 선생님을 붙여줬다. 정부 건설 주택의 여유 공간은 그의 첫 스튜디오가 됐다. "아타리나 자전거 대신 미술 재료만 원했다"고 그는 회상한다.
뉴욕에서 확장된 예술의 정의
2007년 당시 UAE에는 미술을 전문적으로 공부할 선택지가 제한적이었다. UAE대학교에 잠시 등록했으나, 한 교수의 개입으로 미국 대사관 문화담당관과 연결됐고, 뉴욕주립대 연계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됐다. 이후 뉴스쿨(The New School) 산하 파슨스 디자인 스쿨로 진학했다.
파슨스에서 그는 패턴 메이킹, 천연 염색, 조명 등 다양한 선택 과목을 수강했다. "내 머릿속에서 예술은 곧 회화였다"던 그의 관념은 완전히 해체됐다. 퍼포먼스, 설치, 재료 실험이 모두 예술의 범주로 들어왔다. 뉴욕이라는 도시는 수많은 젊은 예술가들에게 그랬듯, 그에게도 가능성의 지평을 넓혀줬다.
스파이스 펑크, 무역로를 통한 문화 교류 재해석
알 람키 작업의 개념적 핵심은 개인 가족사에 뿌리를 둔다. 그의 증조부모는 오만을 떠나 잔지바르에서 살았으며, 향신료 무역로에 관여했다. 1964년 잔지바르 혁명 이후 가족은 이집트, 런던, 걸프 지역으로 흩어졌고, 아버지는 1965년 UAE에 도착해 BP에서 근무했다.
그는 자신의 작업이 탐구하는 바를 '스파이스 펑크'라는 용어로 설명한다. 서구 중심의 단일 서사를 거부하고, 걸프-동아프리카-아시아를 잇는 네트워크적이고 유동적인 문화 교류를 재조명하는 개념이다. "이 무역로는 단순한 교역이 아니라 지식, 연결, 교환에 관한 것이었다"고 그는 강조한다.
알아인의 지형과 물질성
알아인 도시 지평선을 지배하는 제벨 하피트 산은 그의 삶과 작업에서 지속적인 존재감을 갖는다. 지질학자들과의 대화와 연구를 통해 이 산이 아프리카와 아시아 지각판의 충돌로 형성됐음을 알게 된 그는 "자화상 같다"고 표현했다. 그의 작업은 개인사, 지질학적 시간, 문화적 기억이 교차하는 지점에서 작동한다.
재료적으로 그는 재활용 직물, 천연 안료, 발견된 오브제 등 이미 존재하는 것들을 활용한다. 이는 필요에 의한 것이 아니라 철학적 입장이다. 스튜디오에서의 작업은 엄격한 개념보다 직관적인 감정을 따른다고 그는 설명한다.
아트 두바이 2026 참여
최근 몇 년간 알 람키는 한국, 중국, 싱가포르 등 아시아에서 레지던시와 전시 활동을 이어왔다. 걸프와 아시아 연안 지역 사이의 문화적 친연성—해안 생활, 무역 역사, 공유된 감성—이 그의 관심사와 더 맞닿아 있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그의 작품은 현재 바르질 아트 파운데이션과 구겐하임 아부다비에 소장되어 있다.
이번 달 마디낫 주메이라에서 열리는 아트 두바이(Art Dubai)에서 그는 최근 레지던시에서 장인들과 협업한 커뮤니티 기반 신작을 선보인다. "단순한 아트페어가 아니라 커뮤니티"라고 그는 말한다. 불확실성 속에서도 행사를 진행한 것에 대해 "매우 용감한 결정"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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